1. A 는 80년대 후반에 태어나 현재 이천 년 대를 살고 있는 20대 초반의 여성이다. 그녀는 한국의 어린 아이에게 흔히 읽히는 이 순신 위인전기는 물론 이천 년대 후반에 상영된 그에 관한 드라마도 조금씩 보아왔다. 그녀는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의 창의성, 이순신의 위민정신에 대해 강조한 수업과 프로그램을 접했었고, 과제물로 거북선을 만들어 내어보기도 하였다. A는 이순신 장군이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지도 못하였고, 잘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녀는 책과 미디어, 과제를 통한 학습으로 이순신 이 훌륭한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2. A에게는 다른 세대와 지역사람들에 비해 이순신동상이 익숙하다. A가 중학생일 당시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사람들은 이순신 동상 아래에서 거리 응원전을 펼쳤고 미군의 실수로 목숨을 잃은 효순이 미선이 사건 당시에도 사람들은 이순신 동상 앞에 모였다. A가 고등학생일 당시에는 노무현 탄핵 반대시위를 위해 사람들이 동상 앞 광화문에 모였었고, 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서도 역시 사람들은 이 동상 앞으로 모였으며 A는 이러한 모습들을 오랜 기간 직간접적으로 보고 겪었다. 또한, A 는 서울역 근처 대학에 입학한 후로 하굣길엔 서울역에서 시청을 지나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동상을 넘어 사직 터널로 이동한다.
3. 이순신 동상의 등 뒤로는 왕이 살았다던 경복궁과 서울을 감싸는 북한산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동상은 그곳으로 통하는 길목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A는 동상이 선 자리가 어떤 마지노선처럼 보인다. A에게 그 행로는 마치 적진에 있었다가 장군 뒤에 포진한 아군에게 돌아가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한다. 동상의 앞으로는 마천루가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로 향하는 길목 얼마쯤에 남대문이 있다. 그것은 지금 불에 타 무너진 상태이다.
4. A는 얼마 전 6.10 항쟁 기념식과 함께 이뤄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석하였다. 그 날 경찰은 시위대의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이순신 동상의 시선이 미치는 앞쪽에 2층 높이의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놓고, 그 외벽에 그리스를 발라 놓았다. A는 그녀가 마지노선이라 생각했던 이순신 동상 앞에 놓인 이 기괴한 장애물 앞에서, 역한 냄새에 대한 불쾌감과 함께 자신이 ‘중요한 공간 혹은 그 무언가’ 에서 배제된 느낌이 들었다. 불탄 남대문 뒤로 늘어선 다른 시민들과 함께 마지노선을 넘지 못하게 된 A는, 임란 때 백성을 두고 도망갔다는 임금이 생각났다.
5. A는 오늘도 동상 옆을 지나왔다. 광화문 사거리 일대는 전경버스로 가득하다. 도시의 소음과 복잡함에 가중된 사회적 분위기는, 남대문을 지나는 순간부터 A를 긴장하게 만든다. 그 일대의 나무도, 건물도, 사람도, 평소와 같지 않다. 짙은 감색의 제복차림을 하고 헬멧을 써 뒤통수가 반질반질한 전경들은 방패를 끼고 열을 맞춰 앉아있다. 그 널따란 16차선과 인도를 가로막은 전경버스들은 공간을 죄여놓은 허한 빈방의 벽처럼 다가온다. 그 모든 것들은 A를 동상 뒤 북한산 자락으로 도망치고 싶게 한다. A 는 버스 뒷좌석에 앉아 광화문을 지날 동안, 동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불안한 마음에 동상의 뒷모습을 보고, 동상의 모습이 변함없음을 확인하며 그 거리를 지나자 A는 알 수 없는 약간의 안도감이 든다.
08 문화예술파헤치기_6.20일
그리고 사고와 감정
민족적인것과 보편적인것;세계문화란 가능한 것인가?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비숍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거대한 뿌리 中
마천루에서 떨어진 사람 얘기를 들었나?
한층한층 떨어지면서 자신을 타일렀대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어떻게 떨어지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착륙이야
<증오,1995>



